[전문기자칼럼] 상생노력 찬물 끼얹는 '규제의 칼'

입력 2015-04-23 20:46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


부산 해운대 부산종합전시장(벡스코)에서 지난달 말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연 상품전시회다. 이 회사가 상품전시회 못지않게 신경을 쓴 행사는 우수상품 구매상담회였다.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지역 중소기업의 목마름을 해소해주려는 시도였다. 총 19개 상품의 개발자들이 세븐일레븐 MD(상품구매자)들과 만났다. MD들은 8000억원 규모의 국내 팝콘시장에서 유일한 국산 제품인 ‘K팝콘’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세븐일레븐은 조만간 상품평가위원회를 열어 국산 팝콘을 비롯한 19개 중소기업 제품 중 상품성이 좋은 것을 가려내 판매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통시장 돕기 나선 대기업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전통시장 회생을 돕는 8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청년상인 아카데미’다. 이 과정을 마친 청년들은 시장으로 돌아가 인근 상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6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도 네 차례에 걸쳐 청년상인들을 연수시킬 계획이다. 청년들은 연수원에서 이론 으로 무장한 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으로 현장교육을 나간다.

청년들이 현장 교육차 들르는 단골 견학 장소가 성남중앙시장이다. 점포 수가 고작 80여개인 이 시장은 상인 전원이 상인대학을 이수하고, 이 중 19명은 정규 대학에 개설된 ‘상인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쳤다. 1536개 전통시장의 21만개 점포 중 단 300개에 불과한 ‘중소기업청 선정 우수점포’를 이 조그만 시장이 3개나 보유하고 있다. 신근식 상인회 부회장은 견학차 찾은 청년상인들에게 충고했다. “시장에 돌아가거든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를 못하겠다는 푸념은 절대 하지 마세요. 저출산·고령화에다 온라인·모바일 유통채널이 발달해 손님이 줄고 빠져나가는데, 무슨 마트 타령입니까. 고객을 감동시키는 시장이 되면 손님이 절로 옵니다. 우리 시장은 상인 전원의 합의로 윤리강령을 만들었고 안 지키면 엄한 벌칙을 부과합니다.”

국회는 규제법 양산에 몰두

유통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마주 앉아 그들의 활로를 함께 고민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유통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서로에게 손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자율적인 상생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연일 유통 규제법안을 마련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중소상인조차 불편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올 들어선 핀란드의 가구 유통업체 이케아에 손님이 너무 몰린다는 이유로 ‘전문점’인 이케아를 ‘종합소탕?rsquo; 범주에 집어넣으려는 법 개정안도 나왔다. 급기야 개인이 운영하는 중형 슈퍼마켓도 전통시장 부근에 열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 개정안을 한 야당 의원이 발의하기도 했다. 유통산업에 무지한 의회권력이 2년에 걸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거듭하면서 이 법은 이제 ‘유통산업퇴보법’ 또는 ‘유통산업규제법’이란 비아냥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제 이름을 되찾을 날은 언제나 올까.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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